고통도 기도가 될 수 있다 — 시편 88편이 건네는 위로
본문
시편 88:1
1 여호와 내 구원의 하나님이여 내가 주야로 주 앞에서 부르짖었사오니
시편 88:3
3 무릇 나의 영혼에는 재난이 가득하며 나의 생명은 스올에 가까웠사오니
시편 88:4
4 나는 무덤에 내려가는 자 같이 인정되고 힘없는 용사와 같으며
시편 88:8
8 주께서 내가 아는 자를 내게서 멀리 떠나게 하시고 나를 그들에게 가증한 것이 되게 하셨사오니 나는 갇혀서 나갈 수 없게 되었나이다
시편 88:9
9 곤란으로 말미암아 내 눈이 쇠하였나이다 여호와여 내가 매일 주를 부르며 주를 향하여 나의 두 손을 들었나이다
시편 88:10
10 주께서 죽은 자에게 기이한 일을 보이시겠나이까 유령들이 일어나 주를 찬송하리이까 (셀라)
시편 88:13
13 여호와여 오직 내가 주께 부르짖었사오니 아침에 나의 기도가 주의 앞에 이르리이다
시편 88:18
18 주는 내게서 사랑하는 자와 친구를 멀리 떠나게 하시며 내가 아는 자를 흑암에 두셨나이다
시편 22:1
1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어찌 나를 멀리 하여 돕지 아니하시오며 내 신음 소리를 듣지 아니하시나이까
시편 34:18
18 여호와는 마음이 상한 자를 가까이 하시고 충심으로 통회하는 자를 구원하시는도다
마태복음 11:28
28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핵심 메시지
시편 88편은 성경 전체에서 가장 어두운 시편이에요. 해결도, 위로의 결말도 없이 어둠 속에서 끝나요. 헤만이라는 지혜롭고 신실한 사람이 밤낮으로 하나님께 부르짖지만 응답도, 회복도 없이 시가 닫혀요. 그런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시편이 성경에 보존되어 있다는 게 설교의 핵심이에요. 하나님은 고통 중에도 응답이 오지 않는 신자의 경험을 정죄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 경험을 말씀 속에 담아두심으로써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씀하고 계세요. 믿음은 고난을 부정하지 않아요. 오히려 고난 한가운데서도 하나님이 여전히 하나님이심을 붙드는 것, 그것이 진짜 믿음이라는 거예요.
상세 메시지
설교자는 아침에 우연히 시편 88편을 다시 읽다가 스펄전(Spurgeon)의 시편 주석을 펼쳐보게 됐다고 고백하며 시작해요. 이 시편은 축하받는 시편이 아니라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시편이라고 말해요. 해피엔딩이 없거든요. 저자 헤만 에스라 사람(Heman the Ezrahite)은 어둠 속에서 부르짖는 한 사람일 뿐이고, 그 어둠은 시가 끝날 때까지 걷히지 않아요. "주 나의 구원의 하나님이여 내가 주야로 주 앞에서 부르짖었사오니"(1절)로 시작하지만, 이어지는 내용은 소망이 아니라 "내 영혼에 근심이 가득하며 내 생명은 스올에 가까웠사오니"(3절)라는 절망이에요. 설교자는 여기서 그리스도인의 삶이 늘 승리에서 승리로 나아가는 행진이 아니라,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은 골짜기를 지나는 길고 힘든 걸음일 때도 있다고 짚어요. 시편 88편은 바로 그런 시기를 위한 시편이라는 거예요.
헤만은 솔로몬 다음가는 지혜자였고, 음악가이자 지도자, 존경받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무너져 있어요. 사람들은 그를 이미 포기했고, 그가 죽은 사람처럼 그의 유산을 나누기 시작했으며, 친구들마저 그를 버렸어요(8절). 설교자는 여기서 중요한 통찰을 던져요. 고난은 몸만 아프게 하는 게 아니라 영혼을 고립시킨다는 거예요. 그런데 헤만의 진짜 불평은 친구들을 향한 게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것이었어요. "주께서 내가 아는 자를 내게서 멀리 떠나게 하시고"라는 고백은, 그가 이 모든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보고 있었다는 뜻이에요.
여기서 설교자가 가장 주목하는 지점이 나와요. 헤만은 그 깊은 곳에서도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에요. 눈은 눈물로 지쳤고 목소리는 부르짖음으로 쉬었지만, 그는 계속 손을 내밀어요(9절). 청교도 신학자 토마스 굿윈(Thomas Goodwin)의 말을 인용하는데, 믿는 자가 하나님의 진노 — 심판의 진노가 아니라 아버지의 훈계로서의 진노 — 를 느낄 때, 그는 자기 죄를 미워하고 슬퍼하며 그리스도의 피를 갈망하게 된다는 내용이에요. 설교자는 헤만이 바로 그런 사람, 위선자가 아니라 부서지고 피 흘리면서도 여전히 아버지를 향해 손을 뻗는 진짜 하나님의 자녀라고 강조해요. 심지어 헤만은 "주께서 죽은 자에게 기이한 일을 보이시겠나이까"(10절)라며 이상한 논리로 하나님께 호소하는데, 이는 자신이 이대로 죽으면 하나님을 찬양할 사람이 하나 줄어든다는 뜻이에요. 자기 안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에 마음이 고정되어 있다는 증거라는 거예요.
그럼에도 시는 끝내 빛으로 마무리되지 않아요. "주께서 나의 사랑하는 자와 친구를 내게서 멀리 떠나게 하시며 내가 아는 자를 흑암에 두셨나이다"(18절)로 끝나요. 설교자는 왜 하나님이 이런 응답 없는 기도의 시를 성경에 보존하셨는지 묻고, 스스로 답해요. 진실하고 신실한 그리스도인들도 이런 계절을 통과하며, 그들은 자신의 경험이 하나님 말씀 속에 이미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버림받은 느낌이 든다고 해서 믿음이 약하다는 증거가 아니라는 것을 성경 스스로가 증언하고 있다는 거예요. 스펄전이 깊은 영적 어둠을 몸소 겪었던 사람으로서 "믿음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한다"고 말한 것을 인용하며, 믿음은 고난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하나님이 여전히 하나님이심을 붙든다고 정리해요.
설교자는 이어서 청교도 윌리엄 거널(William Gurnall)의 말을 소개해요. 그리스도인이 깊은 고통 속에 있을 때 그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는 기쁨이 적을수록 자기 죄에 대한 슬픔이 오히려 더 깊어지고, 그리스도가 시야에서 멀어질수록 오히려 사랑으로 더욱 그리스도께 매달리며 기도로 부르짖는다는 사실로 알 수 있다는 거예요. 그것이 바로 헤만의 모습이고, 시편 88편이 보여주는 신앙의 실체라는 거예요. 나아가 설교자는 이 시편이 헤만으로 끝나지 않고, 하나님께 버림받았다고 느끼면서도 계속 기도한 모든 믿는 자들로 이어진다고 말해요. 하나님은 얼굴을 숨기실 수도, 믿음을 극한까지 시험하실 수도 있지만, 결코 자녀를 버리지 않으신다는 것이에요. 예수님도 십자가 위에서 시편 22편의 말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를 그대로 외치셨지만, 바로 그 순간 아버지께 가장 사랑받고 계셨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요.
마지막으로 설교자는 지금 시편 88편 같은 계절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계속 기도하고, 예수님께 눈을 고정하고, 하나님의 선하심을 느끼지 못해도 그것을 믿으라고 권면해요. 헤만, 다윗, 사도 바울 등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고도 믿음을 지킨 모든 성도들과 함께하는 길이라는 것이에요. 마태복음 11:28과 시편 34:18의 말씀으로 마무리하며, 하나님은 마음이 상한 자를 가까이하신다는 약속으로 설교를 닫아요.
인용
"The faith glories in tribulations also." (믿음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합니다.)
"The less joy he has from present sense of God's love, the more bounding you'll find him in sorrow for his sin. The further Christ seems to have gone out of his sight, the more he clings in his love to Christ." (하나님 사랑을 느끼는 현재의 기쁨이 적을수록, 그는 자기 죄에 대한 슬픔에 더욱 매이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가 시야에서 멀어질수록, 그는 사랑으로 그리스도께 더욱 매달립니다.)
"It's not a sign of weak faith to feel abandoned. Even the wisest men in scripture have felt it."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것이 약한 믿음의 증거는 아닙니다. 성경의 가장 지혜로운 사람들조차 그렇게 느꼈습니다.)
적용
- 기도의 응답이 보이지 않아도 기도를 멈추지 말고, "아침에" 다시 부르짖겠다는 헤만의 태도를 본받아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이어가요.
- 감정으로 신앙의 진위를 판단하지 말고, 느낌이 없을 때도 하나님께 신실하게 나아가는 것으로 믿음을 지켜요.
- 지금 고통 속에 있는 누군가에게 이 메시지를 전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려줘요.
묵상 질문
- 지금 내 삶에서 응답 없는 기도, 걷히지 않는 어둠은 무엇인가요? 그 안에서도 계속 기도할 수 있나요?
- "느낌"이 아니라 "신실함"으로 믿음을 정의한다면, 지금 내 신앙생활은 어떻게 보이나요?
- 하나님이 얼굴을 숨기신 것 같은 순간에도 그분이 여전히 하나님이심을 붙들었던 경험이 있나요?
기도제목
- 응답 없는 기도의 계절을 지나는 이들에게 하나님이 가까이 계심을 체험하게 하시기를
- 감정이 아니라 신실함으로 매일 아침 기도를 이어가는 습관을 허락하시기를
- 고통 중에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말씀을 전하며 함께 걸어갈 용기를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