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위에서 흘러넘친 용서 —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

Pilgrim Devotions · 2026-05-11

본문

누가복음 23:34

34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하시더라 그들이 그의 옷을 나눠 제비 뽑을새

히브리서 5:8

8 그가 아들이시면서도 받으신 고난으로 순종함을 배워서

히브리서 2:10

10 그러므로 만물이 그를 위하고 또한 그로 말미암은 이가 많은 아들들을 이끌어 영광에 들어가게 하시는 일에 그들의 구원의 창시자를 고난을 통하여 온전하게 하심이 합당하도다

이사야 52:14

14 전에는 그의 모양이 타인보다 상하였고 그의 모습이 사람들보다 상하였으므로 많은 사람이 그에 대하여 놀랐거니와

마태복음 5:44

44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마태복음 18:22

22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게 이르노니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할지니라

사도행전 2:37

37 그들이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찔려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에게 물어 이르되 형제들아 우리가 어찌할꼬 하거늘

요한복음 15:13

13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시편 103:12

12 동이 서에서 먼 것 같이 우리의 죄과를 우리에게서 멀리 옮기셨으며

핵심 메시지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이 가장 먼저 내뱉은 말은 저주도, 탄식도 아니라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소서"라는 기도였어요. 이 한 마디는 단순한 덕목의 표현이 아니라, 그분의 본성 자체가 용서임을 드러내는 증거예요. 십자가는 죄의 참된 무게와 하나님의 사랑의 참된 깊이를 동시에 보여 주며, 오늘 우리에게도 용서받은 자로서 용서하며 살라는 강력한 초청이에요.

상세 메시지

마지막 말에는 무게가 있어요. 존 웨슬리는 임종 때 "무엇보다 좋은 것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이라고 고백했고, 크리스마스 에반스는 마지막 숨을 거두며 "달려가라!"고 외쳤어요. 그러나 모든 위인의 마지막 말 위에 빛나는 것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임종의 말씀이에요. 고통은 사람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희생은 사랑의 진면목을 드러내기 때문이에요. 십자가의 고통과 희생 속에서 우리는 그분의 거룩함의 깊이와 사랑의 완전함을 동시에 보게 돼요.

히브리서 5:8은 그분이 "아들이시면서도 고난을 통해 순종을 배우셨다"고 말해요. 또 히브리서 2:10은 구원의 창시자가 고난을 통해 온전하게 되셨다고 선언해요.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은 완전한 하나님의 아들이셨을 뿐 아니라 우리의 완전한 형제이기도 하셨어요. 이사야 52:14이 말하듯 그분의 얼굴은 어떤 사람보다 더 심하게 상했어요. 고통을 모르는 구원자는 우리와 너무나 멀게 느껴질 거예요. 그러나 상처 입으신 주님이기에, 죄와 슬픔으로 상처 입은 우리의 마음이 그분께 달려갈 수 있어요. 마르틴 루터가 말한 것처럼, "십자가를 모르는 사람은 성경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 여기서 살아나요.

예수님이 이 말씀을 하신 순간을 생각해 봐요. 그분은 배신당하고, 체포되고, 안나스·가야바·빌라도·헤롯 앞에서 재판을 받고, 조롱당하고, 채찍질 당한 뒤 갈보리로 끌려가셨어요. 못이 손과 발을 꿰뚫는 첫 순간, 극심한 고통의 절정에서 그분은 저주하지 않으셨어요. 복수를 부르짖지도 않으셨어요. 대신 그분의 심장은 용서로 넘쳐흘렀어요.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소서. 자기들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합니다." 이 기도는 십자가를 집행한 군인들만이 아니라, 빌라도와 종교 지도자들과 성난 군중,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우리 모두를 향한 기도였어요.

주목할 것은 예수님이 이 기도를 "아버지"라는 호칭으로 시작하셨다는 점이에요. 가장 어두운 시간에도 아버지와의 관계가 그분의 가장 큰 현실이었어요. 세상이 그분을 외면할 때, 아버지의 사랑이 그분의 피난처였어요. 칼뱅이 "믿음이란 하나님의 아버지다운 선하심에 대한 확고한 확신"이라 했듯, 우리도 고통과 실망의 순간마다 가장 먼저 "아버지"를 부르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아버지의 사랑이 우리의 방패요 힘이에요.

예수님은 자신을 위해 기도하지 않으셨어요.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자들을 위해 기도하셨어요. 그분은 자신이 받은 상처가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에게 가하고 있는 상처, 곧 그들의 죄와 영적 눈멂을 보셨어요. 이것이 원수 사랑의 본질이에요. 마태복음 5:44에서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고 가르치셨고, 마태복음 18:22에서는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즉 무한히 용서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십자가 위에서 그분은 그 가르침을 몸소 살아 내셨어요. 리처드 십스(Richard Sibbes)의 말처럼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비는 우리 안에 있는 죄보다 크다"는 것이 여기서 확인돼요. 더욱이 그분은 "저를 용서해 주소서"라고 기도하지 않으셨어요. 죽음의 순간 모든 가식이 벗겨지는 그 자리에서도 그분께는 용서를 구할 죄가 없었어요. 그분은 흠 없는 하나님의 어린양이셨어요.

십자가는 죄의 본질을 새롭게 보게 해요. 죄는 단순히 규칙을 어기는 행위가 아니에요. 죄는 우리를 가장 사랑하시는 분의 마음에 슬픔을 가져다 드리는 것이에요. "저들이 자신들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합니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죄를 변명하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죄인들의 영적 무지를 보시며 그들의 구원을 바라시는 긍휼이에요. 하나님의 형상이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모든 사람의 심령을 향한 소망이에요. 그분의 기도는 즉각적인 열매를 맺었어요. 한 강도가 "나를 기억해 달라"며 소망을 붙잡았고, 백부장은 "진실로 이 사람은 하나님의 아들이었다"고 고백했으며, 오순절에 3,000명이 자신들이 메시아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회개했어요(사도행전 2:37). 십자가가 세워지는 곳마다 잔인함과 노예제도 같은 온갖 악이 밀려났어요.

이제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한다"고 말할 수 없어요. 십자가가 우리 죄의 대가와 하나님의 사랑의 깊이를 이미 드러냈기 때문이에요. 예수님이 십자가의 고통 중에 용서하셨다면, 그분의 영으로 우리도 우리에게 상처 준 이들을 용서할 수 있어요. 우리가 받은 상처는 그분이 견디신 못과 가시에 비하면 작아요. 우리를 해치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자신에게 더 큰 해를 끼치고 있어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용서와 함께, 하나님이 그들을 파멸의 길에서 건져 주시기를 구하는 우리의 기도예요. 예수님은 지금도 우리를 위해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소서"라고 기도하세요. 그 사랑을 알고 나서 어떻게 계속 죄 안에 머물 수 있겠어요? 십자가 앞에 나아와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받고, 사랑과 거룩함 안에서 걸어가는 것이 우리의 응답이에요.

인용

"No man understands the scriptures unless he be acquainted with the cross." (십자가를 모르는 사람은 성경을 이해하지 못한다. — 마르틴 루터)

"There is more mercy in Christ than sin in us."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비는 우리 안에 있는 죄보다 크다. — 리처드 십스)

"Father, forgive them for they know not what they do."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소서. 자기들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합니다. — 누가복음 23:34)

적용

  • 오늘 내가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나를 위해 기도하신 것을 떠올리며 그를 위해 짧은 기도를 드려 보세요.
  • 고통이나 실망이 찾아올 때, 가장 먼저 "아버지"를 부르는 훈련을 의식적으로 실천해 보세요.
  • 내 죄를 단순한 규칙 위반이 아닌 "하나님의 마음에 슬픔을 드리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고, 하루를 그 인식 안에서 살아 보세요.

묵상 질문

  •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 용서의 기도였다는 사실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 내가 아직 용서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 관계에서 예수님의 기도("저들을 용서해 주소서")는 무엇을 요청하고 있나요?
  • 십자가의 빛 아래에서 나의 죄를 돌아볼 때, 어떤 감정과 결단이 생겨나나요?

기도제목

  • 예수님의 십자가 용서가 단순한 교리가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으로 내 안에 살아 역사하게 해 달라고 기도해요.
  • 내가 상처를 준 사람들과 내가 상처받은 관계 모두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진정한 화해와 용서가 이루어지도록 기도해요.
  • 죄를 볼 때 하나님의 마음에 슬픔을 드린다는 인식이 깊어져, 죄에서 돌이키는 삶을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