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rait of a Man in a Turban (Jan van Eyck)
Jan van Eyck
1433 Wikimedia Commons
Jan van Eyck — Portrait of a Man in a Turban (Jan van Eyck)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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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천은 왜 이렇게 크게 화면 위를 차지할까요? 얽히고 접힌 천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그 아래에서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는 남자의 눈과 마주칩니다.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의 1433년 작품 《붉은 터번을 쓴 남자의 초상》(Portrait of a Man in a Turban)은 이 강한 눈맞춤 때문에 자화상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인물이 누구인지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제목의 ‘터번’ 역시 오늘날 편의를 위해 붙은 이름으로, 머리에 두른 것은 당시 유럽에서 쓰던 두건입니다.
어두운 배경에는 인물의 신분이나 장소를 짐작하게 할 물건이 없습니다. 그래서 얼굴을 향한 빛, 입술의 굳은 선, 눈가의 작은 주름이 더욱 또렷해집니다. 몸은 약간 비스듬히 놓였는데 시선은 정면을 향해, 가까이 서서 마주 보는 듯한 긴장을 만듭니다. 선명한 붉은색은 먼저 눈을 붙들고, 천의 굴곡을 따라 흐르는 밝고 어두운 부분은 시선을 다시 얼굴로 이끕니다. 피부의 미세한 색 변화와 눈에 맺힌 빛까지 살핀 표현에서는 유화 물감을 정교하게 다룬 반 에이크의 솜씨가 드러납니다.
이처럼 관찰 가능한 세부를 치밀하게 그리면서도 한 사람의 존재감을 강하게 전하는 방식은 북유럽 르네상스 초상화의 특징을 잘 보여 줍니다. 이 작품은 인물이 누구인지 알려 주지 않으면서도, 그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