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 Qichang. The Qingbian Mountains 1617 Cleveland Museum of Art

Dong Qichang. The Qingbian Mountains 1617 Cleveland Museum of Art

Dong Qichang

1617date QS:P571,+1617-00-00T00:00:00Z/9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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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 Qichang — Dong Qichang. The Qingbian Mountains 1617 Cleveland Museum of Art (1617date QS:P571,+1617-00-00T00:00:00Z/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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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분명 위로 솟는데, 왜 눈길은 정상에 닿기보다 겹겹의 바위 사이를 맴돌게 될까요? 동기창(Dong Qichang, 董其昌)의 《청변산도》(The Qingbian Mountains, 1617)는 산의 모습을 알아보는 즐거움에서 출발해, 그 산을 이루는 붓질 자체를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명나라 후기의 문인이자 서화가였던 동기창에게 산수화는 자연을 관찰하는 일이면서 옛 대가의 그림을 읽고 자신의 필법으로 다시 구성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태도는 원대 화가 왕몽의 산수 전통을 참조한 화면에서 드러납니다. 세로로 긴 공간에는 산과 바위가 거듭 포개지고, 시선은 그 사이의 빈틈을 따라 올라갑니다. 그러나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순조롭게 이어지는 전망보다, 서로 맞물리거나 어긋나는 덩어리들의 관계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산을 실제로 걸을 수 있는 장소로만 바라보기보다, 화면 위에서 짜인 구조로 살펴보면 이 낯선 공간이 한결 흥미로워집니다.

그 구조를 만드는 것은 화려한 색채가 아니라 먹의 농담과 선의 변화입니다. 짙은 윤곽과 옅은 먹빛, 바위 표면을 반복해서 짚어 나간 붓질은 산의 질감을 드러내면서도 종이 위에 남은 손의 움직임을 감추지 않습니다. 촘촘한 부분과 여백을 번갈아 보면, 빽빽한 산세 속에서도 화면의 호흡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옛 그림을 배우되 붓과 먹의 독자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태도는 동기창의 문인화관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가 정리한 남종화론에서 ‘남종’은 단순한 지역 구분이 아니라 문인적 회화 전통을 설명하는 계보였습니다. 이 작품은 그 이론을 이해하는 실마리이자, 옛 양식의 재해석이 새로운 화면 질서를 만들어 내는 사례입니다. 동기창의 회화와 이론은 이후 청대 정통파 산수화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