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 K'uan 002
Fan Kuan
Fan Kuan — Fan K'uan 002 (11th centurydate QS:P571,+1050-00-00T00:00:00Z/7)
** · 소장: Wikimedia Commons · 원본

범관(Fan Kuan, 范寬)은 10세기 말~11세기 초 북송(北宋) 초기를 대표하는 화가로,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성격이 소탈하고 은둔적이었으며, 도교적 자연관에 심취해 산속에서 직접 자연을 관찰하며 화법을 연마했다고 한다. 그는 "옛사람에게 배우기보다 자연 그 자체에게 배우라"는 태도로 알려져 있으며, 동시대 화가 이성(李成)과 함께 북송 산수화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이 작품 역시 관동(關同)의 영향을 받은 초기 화풍에서 출발해, 스스로의 독자적 화법을 완성해가던 시기의 산물로 이해된다.
감상 포인트로는 우선 압도적인 구도가 눈에 띈다. 화면 대부분을 거대한 주산(主山)이 수직으로 장악하는 이른바 '거비파(巨碑派)' 형식은, 인간을 자연 앞에 극히 작은 존재로 배치함으로써 경외감을 자아낸다. 기법 면에서는 화강암 산세의 질감을 표현하는 우점준(雨點皴)—빗방울이 떨어지듯 짧은 붓질을 반복하는 준법—이 특징적이며, 먹의 농담만으로 공간감과 질량감을 동시에 구현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되, 그 안에 우주의 질서가 담겨 있다"
는 북송 산수화의 이상이 이 작품에 압축되어 있다.
미술사적 중요성은 명확하다. 북송 산수화는 자연을 관념적 이상향이 아닌 관찰과 사유의 대상으로 격상시킨 전환점이며, 범관의 작품은 그 거비파 양식의 가장 전형적이자 완성도 높은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이후 남송·원대 산수화가 여백과 서정성으로 이동하기 직전, 산수화가 도달한 구조적 정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회화사 전체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참조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