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 K'ai-chih 002
Gu Kaizhi
circa 380 Wikimedia Commons
Gu Kaizhi — Ku K'ai-chih 002 (circa 380)
** · 소장: Wikimedia Commons · 원본

고개지(顧愷之, Gu Kaizhi)는 4세기 동진(東晉)을 대표하는 화가로,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344년경 태어나 406년경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회화뿐 아니라 화론(畵論)에서도 선구적 위치를 점하는데, "전신사조(傳神寫照)" — 형태를 넘어 인물의 정신을 그려낸다는 개념 — 을 정립해 이후 동아시아 인물화 전체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Ku K'ai-chih 002"는 그의 화풍을 전하는 두루마리 그림의 일부로, 궁정 여성이나 인물들의 일상·훈계 장면을 담은 계열의 작품으로 전해진다.
감상의 핵심은 선(線)에 있다.
고개지의 선묘는 "춘잠토사(春蠶吐絲)", 즉 봄누에가 실을 뽑아내듯 가늘고 고르며 끊김이 없는 필선으로 유명하다. 인물의 옷 주름은 유려하게 흐르며 신체의 움직임과 감정을 암시하고, 색채는 화려함보다 절제된 담채(淡彩)로 인물의 격조를 드러낸다. 배경은 최소화되고 인물의 자세와 시선 처리에 서사의 무게가 실린다.
이 작품이 속한 동진 인물화는 중국 회화사에서 인물화가 독자적 미학과 이론을 갖춘 최초의 정점으로 평가된다. 고개지는 그 흐름의 정점이자 기원으로, 이후 당대(唐代) 인물화와 한국·일본 고대 회화의 인물 표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단순한 도상이 아니라, "형(形)"에서 "신(神)"으로 회화의 목적이 이동하는 전환점을 보여주는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