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pherdess Knitting
Jean-François Millet
Jean-François Millet — Shepherdess Knitting (1862)
Etching in brown ink on laid paper; only state · 소장: Metropolitan Museum of Art · 원본

밀레(Jean-François Millet, 1814–1875)는 프랑스 노르망디 그뤼시(Gruchy)의 농가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아카데믹한 훈련을 받았음에도 만년에는 바르비종(Barbizon)에 정착해 농민의 삶을 화폭에 담은 화가다. 양치는 소녀, 뜨개질하는 목동(Shepherdess Knitting, 1862)은 그가 유화로 여러 차례 다룬 주제를 에칭(동판에 산으로 선을 부식시켜 찍는 판화 기법)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갈색 잉크로 인쇄된 이 판화는 단일 상태본(only state, 수정 없이 완성된 유일한 인쇄본)으로 전해진다.
구도는 단순하다. 화면 중앙 또는 한쪽에 자리한 목동이 양떼를 지키며 손으로는 뜨개질을 이어가는 모습으로, 배경은 광활하고 낮게 깔린 들판이다. > "노동은 신성하다"는 밀레 특유의 신념처럼, 이 인물은 영웅화되지 않은 채 일상의 리듬 속에 놓여 있다. 에칭선은 굵고 거친 필치를 그대로 살려, 유화에서 느껴지던 육중한 질감을 흑백의 명암 대비로 옮겨온다.
밀레의 판화 작업은 사실주의가 회화를 넘어 판화라는 대중적 매체로 확산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이상화된 신화·역사화 대신 노동하는 민중을 주제로 삼아 쿠르베(Courbet)와 함께 사실주의의 중심축을 이루었고, 특히 이 작품처럼 판화로 제작된 도상은 반 고흐를 비롯한 후대 화가들이 직접 모사하며 학습한 원본이 되었다. 즉 이 에칭은 단순한 부산물이 아니라, 밀레의 농민 이미지가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는 매개체였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