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nt Jerome in the wilderness, with a lion at left
Michelangelo Marelli
Michelangelo Marelli — Saint Jerome in the wilderness, with a lion at left (1578–80)
Engraving · 소장: Metropolitan Museum of Art · 원본

Michelangelo Marelli, ⟪황야의 성 히에로니무스, 왼쪽에 사자⟫ (1578-80년경, 인그레이빙)
Michelangelo Marelli는 16세기 후반 로마에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지는 판화가로, 생애 기록이 소략해 정확한 생몰년이나 수련 과정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활동 시기(1578-80)와 로마라는 활동 거점을 통해, 그가 성 히에로니무스(Saint Jerome) 도상이 반종교개혁기 로마 판화 시장에서 폭넓게 소비되던 흐름 속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성 히에로니무스는 성서를 라틴어로 번역한 4대 교부 중 한 명으로, 참회와 학문적 고행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광야에서 돌로 가슴을 치며 명상하는 그의 모습은 르네상스와 매너리즘 판화에서 반복적으로 다뤄진 인기 도상이었다.
감상 포인트는 인그레이빙 특유의 선의 밀도에 있다. 뷰린(burin)으로 새긴 정교한 해칭(hatching)은 명암의 단계를 촘촘한 선의 겹침만으로 구현하며, 왼쪽의 사자는 성인의 고독을 완충하는 서사적 장치이자 화면의 균형추 역할을 한다. 인물의 해부학적 볼륨과 배경의 황야 풍경이 원근법적 공간감 속에 통합되는 방식은 전성기 르네상스 구도 원리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전성기 르네상스 판화 전통 — 즉 회화·조각의 구도 원리를 판화라는 복제 매체로 확산시킨 계보 — 안에 위치한다. 원작 회화의 도상을 인그레이빙으로 재해석·유포하는 관행은 당대 시각 문화의 전파 속도를 결정지었으며, 이 작품은 그러한 '복제를 통한 도상 전승'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증언하는 사료로서 가치를 지닌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판화 컬렉션에 소장된 이 작품을 통해 관람자는 회화사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판화 매체 특유의 유통 구조와 도상학적 지속성을 함께 읽어낼 수 있다.